나는 평범한(?) 39살의 대한민국 가장이다.
무엇 하나 다른 이들보다 튀지 않는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다. 평범하다, 무난하다. 경기가 좋았던 예전엔 이런 것들이 하나의 덕목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나이 40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지금 - 물론 세계 표준 만 나이를 들이대면 1, 2년 정도 더 남은 듯하다. - 약간(?)의 위기감을 느끼며 인생의 전환점을 고민하고 나름의 리서칭을 마친 끝에...
나는 '인생의 피버팅'을 결심하게 되었다.

1. Pivoting
흔히 사업의 방향을 바꾼다는 의미로 많이들 사용하는 단어다. 인생이라는 사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사업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으니 나는 이것을 '인생의 피버팅'이라 명명했다. 처자식을 먹여살려야 하는 관계로(외벌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다던지, 먹고살기 위해 포기했던 음악을 한다던지, 내가 육아와 살림을 담당하고 와이프가 버는 아름다운 상황도 상상은 해보지만 누적된 김치맨의 평범함과 소정의 꼰대력이 '가장의 권위를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돈은 내가 (안정적으로) 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주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뭘 할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다.
- 가족을 부양하기에 최소 지금보다는 더 안정적으로 더 벌 수 있어야 한다.
- 현 시점 대비 급격한 수입의 차이가 장기적(1년)으로 발생해선 안된다.
- 재밌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조건이 1순위!)

2. Studying
나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공부를 싫어했고, 학위의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사실 당시에는 집도 나름 잘 살아서 공부 안 해도 먹고 사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을 듯했다. 지금은 망했다.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아이를 가르치며 놀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배움에 대한 갈증'이었다.
전문지식이 크게 필요 없는 영업직으로 커리어의 대부분을 이어오다 보니 알게 모르게 다른 직군들에 대한 '지적 부러움'이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 곰곰이 내 안을 들여다보며 생각을 정리한 끝에 나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었다. 뭐 많은 사람들이 그렇긴 하지만 앞으로도 20년 이상 일을 해야 한다면 좀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었다. 어차피 다른 직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된다. 이왕 할 것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이 과정을 즐기며 진행할 수 있겠다는 미친 생각도 지금은 든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있어서 첫 조건인 즐거움을 '학업'에서 찾기로 하였다.

3. Software Engineer
이 단어를 적고 나니 가슴이 웅장해졌다.
사실 주변 지인들의 조언을 구할 때마다 대부분이 나를 보며 미쳤다고 얘기를 했다.
인정한다.
공부를 하지 않고는 시작조차 할 수 없고,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되며, 공부를 손에서 놓는 순간 도태되는 직군. 개발자.
아... 적고 보니 가슴이 더욱 웅장해진다. 사실, 나이가 들며 뇌가 굳어져서 더 힘들지 않겠냐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으나 최근 '뇌가소성(뇌는 쓰면 쓸수록 무적권 발달한다.)'과 관련된 많은 연구결과들이 내게 더욱 용기를 주었다.
전직을 위해 2~3년의 준비 기간을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으며 순수 개발자로의 전직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관련하여 배운 것들을 다양한 마케팅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현재 커리어가 끊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수입 감소도 없을 것이며 현재 필드의 상황을 보면 개발자들의 급여 수준은 날이 갈수록 뛰고 있는 상황이라 경력의 짧음으로 입게 될 연봉의 손실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안되면 마나님께 무릎 꿇고 맞벌이하자고 빌어야지 뭐.
내가 이 글을 왜 썼냐고?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1. 사실 나도 속으론 되게 쫄리는데 이렇게 어딘가에는 공식적으로(?) 선언을 해놔야 스스로 무르지 않을 것 같았고,
2. 혹시 잘되면 이 기록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년배들에게 어떤 가이드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생각?
3. 이건 좀 비밀. 때가 되면 공개한다. 약속.
아무튼 이 가슴 웅장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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